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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개요

by 감씨들 돌보미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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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테리오파지는 한 때 박테리아 질병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어 관심을 끌었다.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존재는 1896년 영국의 세균학자 Ernest Hankin(어니스트 핸킨)이 오물로 범벅이 된 인도의 갠지스강과 점나 강 물속에 촘촘한 도자기 필터를 통과할 만큼 작은 어떤 미지의 물질이 있는데, 이는 인간에 치명적 질병인 콜레라를 일으키는 비브리오 균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관찰함으로써 알려지게 되었다. Hankin은 이 물질이 강물에 있는 콜레라균의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하였으나 이 물질이 무엇인지는 더 조사하지 않았다. 1915년에 영국인 의사 Frederick Twort(프레드릭 트워트)도 미세 필터를 통과하는 이 물질이 바이러스일 가능성만 제시하였을 뿐 이를 더 이상 추적하지는 않았다.

2년 후 프랑스인 의사인 Felix d'Herelle(펠릭스 데렐)은 이질에 걸렸다가 회복 중인 프랑스 군인들의 분변을 세균용 필터로 걸러낸 액 속에 이질균은 죽일 수 있는 물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조사 결과 이 물질은 혼탁할 정도로 수가 늘어난 이질균 배양액을 거의 투명하게 해 마치 이질균을 잡아먹는 것처럼 보였다. 이 때문에 d'Herelle은 이 물질을 박테리오파지라고 불렀고, 이 용어는 결국 박테리아를 감염하는 바이러스를 일컫는 말로 정착되었다. d'Herelle은 파지가 세균 감염 치료에 사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초기 임상실험 결과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더 광범위한 임상 연구에서는 치료 효과가 재현되지 않았다.

파지를 이용한 세균 감염 치료가 실패한 원인 중 한 가지는 파지에 저항성을 가진 박테리아의 생성이며, 또 한 가지는 환자의 면역 반응과 소화 작용으로 인하여 파지가 파괴되기 때문이었다. 이후 항생제의 발견으로, 파지 치료법에 대한 관심은 시들었고 오랫동안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많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에 따라 세균 감염 예방이나 치료용 파지의 효용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 재개되고 있다. 한 예로서 식품업계에서는 식품 살균에 파지를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 FDA는 의사 주도하에 여러 파지를 섞어 만든 파지 칵테일로 피부 손상이나 화상 조직에서 포도상구균, 슈도모나스균, 및 대장균을 죽일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 연구를 승인하였다.

-. "파지 그룹"으로 불리는 과학자들은 파지 모델을 이용하여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근원적 해답을 모색한 선구자들어있다.

치료제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커 보여지는 과학자들에게 파지는 여전히 매력 있는 연구 대상이었다. 1940년대까지 연구자들은 느슨하고도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데 파지를 이용하였다. Max Delbruck(맥스 델브뤽)과 Salvador Luria(살바도르 루리아)라는 걸출한 두 과학자가 '파지 그룹'으로 불린 이 네트워크를 지성적으로 선도하였다. 그들은 재능 있는 여러 과학자를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특정한 한 가지 파지 연구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여러 연구실의 연구 결과를 서로 비교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그 몇 해 전 뉴욕 브루클린의 하수에서 분리한 7가지 파지 중에 특히 T4를 선택하였다.

파지는 처음에 type 1, type 2식으로 불렸는데, 나중에는 type을 T로 줄여 T1에서부터 T7까지로 불렸다. 알고 보니 T2, T4, T6는 우연하게도 너무 비슷해서 T-even(짝수 번) 파지로도 불리게 되었다. T-odd(홀수 번) 파지 중 T3와 T7은 서로 비슷하지만 T1과 T5는 서로 다르고, 나머지 다섯 가지의 T 파지와도 다르다. 그 뒤로도 많은 파지들이 추가로 발견되었는데 이 초기 일곱 가지 파지 중 한두 가지와 유사하다.

-. 파지의 크기와 형태는 다양하다.

이 장에서 다룰 파지들은 세 가지 구조로 나뉜다

1. 꼬리 없는 20면체 파지 : 20면체 구조로 된 캡시드 내부에 핵산이 꽉 뭉쳐져 들어차 있다.

2. 꼬리 달린 20면체 파지 : 핵산이 들어찬 20면체의 머리에 꼬리가 붙어있는 형태이다. 꼬리 달린 파지는 기본 구조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캡시드의 머리의 길이나 폭이 경우도 있고, 길이가 폭 보다 더 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짧고 통통한 경우는 없다. 꼬리도 매우 짧은 것도 있고, 캡시드 길이의 4배만큼 긴 경우도 있으며, 유연성이 있는 것도 있고 뻣뻣한 것도 있다. 꼬리 끝에 정교한 기저판이 있기도 한데, 이 경우 여기에 보통 1~6개의 꼬리 섬유가 붙어 있다.

3. 필라멘트형 파지 : 긴 나선형 핵산이 원통형 캡시드 속에 들어 있다.

-.파지는 용균성, 용원성, 및 만성 생활주기를 갖는다.

파지는 복제하는 데 숙주세포의 생체대사 시스템과 리보솜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 모든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생명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파지 생활주기"란 용어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와 접촉하는 초기에서 마지막에 후손 바이러스를 방출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일컫는 용어로 통상적으로 쓰인다. 세 가지 종류의 생활주기가 알려져 있다 :

1. 용균성 주기 : 세포 안으로 들어간 파지의 핵산은 복잡하긴 해도 이해는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박테리아를 파지 생산공장으로 바꾼다. 감염 후 1시간도 안 되어 박테리아를 둘러싸고 있던 막이 파괴되면서 수백 또는 그 이상의 많은 파지들이 튀어나온다. 이 파괴적 방출을 용균 작용이라 부르고, 이렇게 새로이 생겨난 파지들이 떠 있는 액을 파지 용해액이라 부른다. 용균 주기만으로 증식하는 파지를 독성 파지라 부르는데, 이들은 항상 숙주세포를 죽인다.

2. 용원성 주기 : 용원성 주기에 해당하는 파지는 두 가닥의 DNA를 갖고 있는데, 숙주세포에 들어간 후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를 거친다. 박테리아를 파지 생산공장으로 바꾸어서 용균 작용을 통해 수많은 파지가 방출되게 하거나, 아니면 파지 DNA가 박테리아 염색체에 삽입되어 마치 염색체의 일부처럼 더불어 복제되거나 때로는 박테리아 염색체와는 별도의 작은 원형의 DNA 형태로 독립적으로 복제된다. 박테리아 염색체에 삽입된 파지 DNA는 감염력이 없으며 프로 파지로 불린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프로 파지는 박테리아 염색체에 삽입된 형태로 있다. 하지만 때로는 염색체로부터 빠져나와서 박테리아를 파지 생산 공장으로 바꿔 놓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박테리아 분해되어 파지가 방출되게 된다. DNA에 손상을 미치는 물리적 처리나 화학물질에 의하여 프로 파지가 용균성 주기로 유도되어 파지 입자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실험실에서는 자외선이 이러한 목적에 자주 이용된다. 이처럼 프로 파지를 보유하고 있는 박테리아 세포는 용균 작용이 일어날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용원성 세포로 불린다. 때에 따라 프로 파지 상태를 취하는 이러한 파지를 온건성 파지라고 부른다.

3. 만성 감염 주기 : 이 주기에 해당하는 파지는 박테리아 세포막을 파괴하거나 숙주세포를 죽이지 않고 지속해서 후손 바이러스를 방출한다. 이런 파지를 만성 파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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