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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

분자생물학 서론

by 감씨들 돌보미 202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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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자 생물학이란 용어는 1938년 당시 록펠러재단의 자연과학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Warren Weaver(워런 베짜기되새)가 재단에 제출한 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Weaver는 생물학적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에 재정적 지원을 개시하여야 한다고 록펠러재단에 제안하였다. Weaver는 화학적 또는 물리학적 연구 방법을 동원하여 생물학은 근본적인 제반 문제를 풀고자 하는 시도를 기술하기 위하여 "분자생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당대의 많은 학자가 생물체가 보여주는 생명력은 무생물 세계를 지배하는 화학적 또는 물리학적 법칙에 의해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볼 때 그의 제안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탁월한 것이었다.

 Weaver가 보고서를 낼 즈음, 생화학과 유전학이란 두 새로운 학문 분야가 생명 체계에 대한 생물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전환하고 있었다. 유전학자들은 유전 현상의 기능적 그리고 물리적 단위는 유전자라는 사실을 확립하였다. 그렇지만 유전자의 화학적 특성이 무엇인지, 유전정보가 어떻게 유전자에 저장되어 있는지, 유전자가 어떻게 복제되어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지, 또는 유전자에 저장된 정보가 어떻게 눈의 색깔 같은 특정한 물리적 특성을 결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다. 한편 생화학자들은 살아 있는 세포가 전무한 세포 추출물도 살아 있는 세포의 많은 기능을 똑같이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생명력 설(vital force theory)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단백질 또는 핵산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생화학이나 유전학만 가지고 유전 현상의 화학적 토대를 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유전 현상의 여러 문제는 유전학, 생화학, 생물리학, 미생물학, 화학, X-선 결정학, 바이러스학, 발생생물학, 그리고 면역학 같은 여러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을 망라한 학제 간 노력으로 해명되었다. 이러한 학제 간 노력의 결과, 농학에서부터 동물학에 이르기까지 생명과학 전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분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의 범위는 유전자에 저장된 유전정보가 단백질로 표현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분자생물학이 어떻게 기여하였는가를 검토하는 것으로 한정한다. 



1.1 지성적 토대

 1860년대에 수행된 두 연구는 분자생물학 발전에 지성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분자생물학의 가장 이른 지성적 근원은 1860년대의 두 과학자의 연구로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 처음 75년 동안은 두 실험 결과 사이에 명백한 연관이 없어 보였으나, 둘 사이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서 분자생물학이 탄생하였고 그 과학적 혁명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첫 번째 과학자인 오스트리아의 수도승 겸 식물학자 Gregor Mendel(그레고리 멘델)의 업적은 모든 생물학도에게 친숙한 내용이라 여기서는 요약하기로 한다. Mendel은 완두콩의 간단한 물리적 특성들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방법을 연구하여 세 가지의 기본적인 유전 법칙을 발견하였다. 편의상 2개의 현대적 생물학 용어, 즉 유전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gene)와 여러 개의 연관된 유전자를 지닌 구조인 염색체(chromosome)를 사용하여 Mendel의 유전 법칙을 기술하기로 한다. 

 1. 분리의 법칙(The law of segregation): 특정 유전자는 대립유전자(alleles)라고 불리는 두 대체형으로 존재할 수 있다. 생물은 각 특성에 대해 각각의 어버이로부터 하나의 대립유전자를 물려받는다. 두 대립유전자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는데, 생식세포(정자 또는 난자)가 만들어질 때는 분리되었다가 수정 과정에서 합쳐지므로 각각의 양친은 자손에게 하나의 대립유전자만을 전달하는 셈이다. 

 2. 독립의 법칙(The law of independent assortment): 식물의 크기와 색깔 같이 특정한 물리적 형질은 서로 독립적으로 유전된다는 다행히도 Mendel은 서로 다른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물리적 형질들을 선택하여 실험하였다. 

 3. 우열의 법칙(The law of dominance): 하나의 대립유전자는 우성(dominant) 또는 열성(recessive)이다. 우성 대립유전자는 동일한 우성 대립유전자와 짝을 이룰 경우는 물론 열성 대립유전자와 짝을 이루더라도 자신의 특징적인 물리적 형질을 나타낸다. 반면에 열성 대립유전자는 동일한 열성 대립유전자와 짝을 이룰 경우 제한해서 특징적인 물리적 형질을 나타낸다. 완두콩의 경우 큰 키는 우성이고 작은 키는 열성이다. Mendel은 큰 키 대립유전자와 작은 키 대립유전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완두콩을 키워 자가 수복하였다. 여기서 나온 종자들의 표현형을 조사하였더니 큰 키의 개체수가 작은 키의 개체수의 3배로 나왔다. 오늘날 우리는 우열의 법칙에 예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로는 서로 다른 두 대립유전자가 어느 것도 우성이 아닌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빨간 꽃 유전자 하나와 흰 꽃 유전자 하나씩을 물려받은 어떤 식물은 빨간 꽂고 흰 꽃의 중간형이 분홍 꽃을 피우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과학자들은 Mendel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의 업적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1900년 무렵 과학자들이 Mendel의 법칙을 재발견하여 유전학의 탄생을 고하였을 때까지 그의 논문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 과학자인 스위스의 내과 의사 Friedrich Miescher(프리드리히 미셔)는 지금은 물론 우리가 모두 유전물질로 알고 있는 DNA(deoxyribonucleicacid)를 발견하게 되는 동기를 제공한 실험을 수행하였다. Miescher는 유전물질을 발견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감염된 상처를 감싸고 있다 버려진 붕대에 묻은 고름 분비물에서 백혈구 세포를 분리하여 세포의 핵을 연구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Miescher는 백혈구 세포를 단백질가수분해효소로 분해하고 용매로 추출하여 세포 성분을 여러 분획으로 나누었다. 이 중 nuclei라고 명명한 한 분획은 인 성분의 함량이 이례적으로 높은 산성 물질을 함유하였다. 그 후 Miescher는 현저하게 큰 핵을 가진 연어의 정자세포에서 nuclei를 손쉽게 다량 분리하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Miescher의 제자인 Richard Altman(리차드 알트만)은 1889년에 nuclei를 두 성분 즉, 단백질과 인 성분을 다량 함유한 물질로 분리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후자를 핵산(nucleic acid)이라 명명하였다. 



1.2 한 유전자 - 한 폴리펩타이드 가설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폴리펩타이드를 합성하는데 필요한 유전정보를 함유한다. 

 Mendel의 실험은 어떤 생물의 유전적 조성, 즉 유전자형(genotype)은 그 생물의 물리적 특성, 즉 표현형(phenotype)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의 실험은 유전자가 어떻게 식물의 색깔 또는 크기 같은 복잡한 물리적 특성을 결정할 수 있는지는 보여주지 못하였다.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관계를 처음으로 설명한 사람은 영국의 내과 의사 Archibald Gar rod(아치볼드 개롯)였다. Gar rod는 1920년대 초에 알캅톤뇨증(alkaptonuria)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관계를 발견하였다. 알캅톤뇨증은 타이로신(tyrosine)의 분해 산물인 호모 선 티 신상(homogentisic acid)이 환자의 체내에 축적되어 환자의 오줌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산회 되어 색깔이 검게 변하는 희귀 유전 질병이다. Gar rod는 호모 선 티 신상을 무색의 생성물로 전환하는 효소의 결핍을 초래하는 열성 유전자 때문에 알캅톤뇨증이 발생한다고 정확하게 제안하였다. 

Gar rod의 업적은 1940년대 초반까지 일반적으로 무시되었으나. 미국의 유전학자인 George Beadle(조지 비들)과 Edward Tatum(에드워드 테이텀)이 추가적 실험을 통해 유전자와 효소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면서 재발견되었다. 그들은 만일 하나의 유전자가 실제로 하나의 효소를 지정한다면 어떤 생화학 경로에서 특정한 효소반응을 수행할 수 없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유전적 분석이 가능한 붉은빵곰팡이(Neurospora crassa)를 가지고 연구하기로 결정하였다. 붉은빵곰팡이는 특별한 영양분을 요구하지 않아 탄소 원으로 설탕, 몇몇 무기염류, 그리고 비타민으로 바이오틴(biotin)을 함유하는 최소배지에서도 잘 자란다. Beadle과 Tatum은 붉은빵곰팡이에 X-선을 쬐어 특정 영양 요구 성을 보이는 돌연변이 주를 다수 얻었다. 특정 성분을 공급하지 않아도 잘 자라는 야생형 어버이와 달리 배지에 특정한 아미노산이나 비타민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자라지 못하는 돌연변이 주를 영양요구주(auxotroph)라고 부른다.

 일단의 실험에서 Beadle과 Tatum은 아르지닌(arginine) 아미노산의 영양요구주들에 특히 주목하였다. 이 영양요구주들의 유전 분석을 통하여 서로 다른 세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아르지닌 영양요구주를 만드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각각의 영양요구주는 아르지닌 생합성 경로의 특정 단계가 차단되었으며 차단된 단계의 바로 전에 형성된 물질을 다량 축적하였다. 이렇게 하여 Beadle과 Tatum은 Gar rod의 알캅톤뇨증에서 관찰한 것과 같은 유형의 상황을 붉은빵곰팡이에서 재연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에 일어난 결손이 특정한 효소에 결손을 일으켜 어떤 대사 경로의 중간 산물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붉은빵곰팡이는 돌연변이 주를 재료로 한 연구의 결과로 Beadle과 Tatum은 하나의 유전자 하는 하나의 효소를 합성하는데 필요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한 유전자-한 효소 설을 제안하였다. 지금은 많은 효소가 두 종류 이상의 폴리펩타이드로 이루어져 있고 단일 돌연변이는 하나의 폴리펩타이드에만 영향을 준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원래의 한 유전자-한 효소 설은 한 유전자-한 폴리펩타이드 설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한 유전자-한 폴리펩타이드 설도 너무 단순화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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